하지만 이러한 VC의 노력과는 별개로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어요.
제 희미한 기억에는 회사가 자회사로 중국에 법인을 세워뒀고 업의 특성 상 인건비가 굉장히 많이 지출되는 상황이다 보니 자금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문제는 중국 내에서의 수주는 점점 끊기고 있는데 고정비인 인건비는 확 줄이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심지어 회사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있다 보니 원활하게 HR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었고 시시각각 발생하는 일들을 모두 대응하기도 어려웠던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자금이 가장 절실했어요.
대규모 수주사업이다 보니 수주를 따내기 위해 일정 숫자의 인력을 반드시 유지하고 있어야 했지요. 그러면 당연히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만약에 수주가 안 나올 시에는 모두 매몰비용이 되어버린다는 "모 아니면 도"인 사업이었어요.
게다가 싸드까지 터졌으니 더이상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유치를 미룰 수 없게 되었던 것이지요. 제가 표현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상 투자금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는 업체였고 이전부터 그랬던 건 사실이예요.
이 업에 뛰어 든 회사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 "중국 사무소가 보유한 브로커의 능력"이었어요. 결국 대규모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는 중국인이든가, 아니면 중국에서 경험이 풍부한 누군가가 영업을 해줘야 가능했어요.
어찌 보면 회사가 가진 핵심적인 기술력들과는 무관한 소위 "꽌시"로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가져가야 하는 약간은 기형적인 사업이었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저 포함해서 약 6~7군데의 VC들이 IR을 했었고 투자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어요. 그도 그럴 것이...
사업구조상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져야 지속성이 있는데 싸드 때문에 그렇지도 못하고, 회사의 핵심 기술력 보다는 브로커의 영업 능력에 좌지우지되는 회사 실적은 VC들로 하여금 계속 성장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었죠.
지금 생각해 봐도 당시 제가 굉장히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솔직히 밀어붙이면 투자를 해볼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VC들이 머뭇거리는데 혼자서 손을 들어버리기도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예요.
그리고 투자심의회 때 나올 예상 질문들을 생각해 보면 상당부분 "잘 될것 같습니다."라는 근거 없는 답변을 상당히 많이 해야 할 것 같았죠.
그런 것들 때문에 저도 망설이고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