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돌아와서 계속 월말 보고를 받고 있었어요.
그런데 숫자가 개선되기는 커녕 계속해서 적자 규모만 커지고 있었죠.
투자금액이 10억원이 좀 안되서 큰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었는데 어쩌다보니 회사 내의 주요 사후관리 대상이 되면서 저는 대표이사를 더 쪼게 되었죠.
그 분이 나이도 좀 있으시고 해서 쪼인다고 쪼여지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몰랐던 부분에서 새고 있었던 비용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개선이 안 되었던 것 같아요.
사후관리를 6개월 쯤 지속한 시점에는 정말로 현금이 고갈되어 버렸어요. 손님은 조금씩 들어오지만 결국 나가는 비용 따져보면 마이너스가 되는 거지요. 대표이사도 계속 가수금을 집어넣고 있긴 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문을 닫을지 알기 어려웠어요.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대표이사에게 저녁 식사를 요청했어요. 딱딱한 자리에서의 취조(?)로는 현 상황이 좀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따로 보자고 했지요.
저녁 식사니까 당연히 술을 같이 마시게 됐는데,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니까 진짜 문제점이 뭔지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대부분의 매출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오는 단체손님에게서 발생한다고 해요.
문제는 이런 기관의 원장들은 소위 골라서(?) 키즈카페를 간대요.
소위 뒷돈을 주는 키즈카페로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는 거지요. 물론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원장들이 이렇게 부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몇몇 분들이 이렇다는 거예요.
이 뒷돈은 현금으로만 거래가 되고 주로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처리하는데 대표이사가 돈이 없으면 회사 돈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구요. 회사에서는 이걸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하는데 저는 초반에 이 부분에서 이질감을 느꼈던 거였어요.
마케팅이라면 일반적으로 지출되는 마케팅 대행사라던가...비용 처리 대상이 있을 것인데 그런 부분이 좀 불투명해 보였던 것이지요. 대표이사의 얘길 들어보고서는 이해가 갔어요. 이런 영업 비용은 명확하게 회계처리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저는 아무리 그래도 단체손님에게서 나오는 매출의 일정 부분만 뒷돈으로 제공할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빵꾸가 많이 나느냐고 따졌어요.
대표이사 얘기로는 초반에 나갔던 인테리어 비용이 매우 과대했어서(쉽게 말해 호구 잡힌 거지요...) 캐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픈하게 되었고, 기관 영업을 무리하게 하다 보니 나중에 받을 입장료는 있겠지만 당장 나갈 영업용 현금이 더 급하게 되는 물고 물리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는 거예요.
당장 3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걸 한달 정도만 뒤로 다 계산해 보면 실제로는 이익이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당장의 하루 하루는 계속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다는 거예요.
이대로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은 추가적인 프로젝트 투자를 유치하거나 뒷돈을 끊어야 했어요. 하지만 뒷돈을 끊자니 단체 매출이 뚝 끊길 것이 명확했고 추가 투자유치는 요원한 일이었어요.
진짜로 "구멍난 독에 물 붓기" 같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어요.
결국 적절한 마케팅이나 영업을 통해서 소위 질 좋은(?) 매출을 늘리는 게 유일한 방안으로 보였죠.
그러던 때에 이 사업에 사형선고와도 같은 일이 발생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