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저녁 8시 정도였으니 일 관련한 전화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운전 중이어서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 모르고 받았어요.
"여보세요?"
"아! 비주류 VC님! 저에요! XXX예요!"
그 대표님이었어요.
저는 그 때는 이미 여러 번 이 분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진 상태라서, 운전중이 아니고 누가 전화건 지 알았으면 안 받으려 했는데 모르고 받아버린 상황이었죠.
"아 네 대표님. 어쩐 일이세요?"
"그게요..."
대표님이 여기저기 콜드콜 및 콜드메일을 뿌리다가 한 곳으로부터 안좋은 반응이 있었고 그냥 넘어가지 안겠다는 얘길 들었다는 거에요.
얘길 들어보니 규모가 굉장히 큰 VC의 한 파트너에게 콜드콜을 건 것 같았어요. 그리고 문제는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을 맞이한 거였죠.
지금까지는 대부분 난처해 하거나 or 놀라거나 or 만나나 보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경우에는 달랐나봐요.
자기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집요하게 물어보기 시작하더니 이대로 안 넘어가겠다고 한 모양이예요.
이 시간에 저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혹시라도 그 파트너를 알고 있느냐는 거였어요. 알면 전화해서 좀 무마해 줄 수 있냐는 거였어요.
물론 저는 그 파트너를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모른다고 답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 대표님이 멈출 때가 왔다고 저는 느꼈거든요.
아마 지금까지는 어쩌다 알게 된 VC들 연락처로 연락해도 대부분 나이스한 반응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언제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든 투자유치는 필요하니까 최대한 많이 연락해보면 한 명쯤은 투자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그러다가 이번 같은 일을 처음 맞이하게 된 거에요.
제가 그 파트너를 오래 알아오긴 했는데, 굉장히 꼼꼼하고 바쁜 친구라서 자기 연락처가 노출된 것에 대해 크게 화가 났던 것 같아요.
대표님은 이미 투자를 유치한 다른 창업자를 통해서 연락처를 알게 되어서 연락한 것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연락처를 주신 창업자분한테까지 피해가 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전화를 해 오신거였어요.
저는 진짜 제 마음을 다해서 말씀드렸어요.
"대표님...이제 콜드콜이나 콜드메일은 그만 하시고 메인 사업을 시작해서 성과를 보여주시고 VC들이 먼저 다가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표님은 일이 해결이 안되었으니 계속 난처하다는 목소리로 마지막 부탁을 해 오셨어요.
"혹시 그 파트너를 아는 다른 VC분 없을까요?"
짧은 인사를 마지막으로 저는 조용히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