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계의 애플로 불리던 일본의 "발뮤다"를 아시나요? 죽은 빵도 되살린다는 토스터기로 매우 유명했던 기업 한때 가전 업계의 애플로 불리던 일본 기업이 있었어요. 바로 BALMUDA(발뮤다, 일본 프리미엄 디자인 가전 브랜드)예요.
이 회사가 어떻게 디자인 가전 시장의 개척자에서 실패한 스마트폰 제조사로 전락했을까요? 오늘은 발뮤다의 창업부터 몰락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VC와 창업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투자와 경영의 핵심을 짚어볼께요.
Source:
- BALMUDA Official Website (www.balmuda.co.kr)
- BALMUDA Company Overview - Wikipedia
- BALMUDA Phone Product Review - Namu Wiki
- Magazine B - BALMUDA Brand Story
- Business Analysis: Design Premium Strategy Case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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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발뮤다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밴드 활동을 하던 사람이 가전 회사를 만들었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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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akuhodo / 좌측)
네, 정말 특이한 이력이에요.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락 밴드 활동을 하던 뮤지션이었어요. 2003년 도쿄에서 1인 기업으로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노트북 받침대 같은 액세서리를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경제 위기가 오면서 회사가 거의 망할 뻔했어요.
그때 테라오 겐이 내린 결정이 중요했어요. 그는 "애플, 파타고니아, 버진처럼 마케팅 조사 후에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록 밴드처럼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철학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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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Kaden.watch.impress.co.jp)
2010년, 발뮤다는 GreenFan(그린팬, 이중 날개 구조 선풍기)이라는 제품을 출시했어요.
이 선풍기는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하는 이중 날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자연풍처럼 부드러운 바람을 만들어냈어요. 가격은 일반 선풍기보다 훨씬 비쌌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차별화된 경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게 발뮤다가 디자인 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는 첫 번째 성공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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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렇다면 발뮤다의 최고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어떻게 유명해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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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oogle)
발뮤다의 전성기는 2015년부터 시작됐어요.
바로 The Toaster(더 토스터, 증기를 이용한 프리미엄 토스터)가 출시되면서예요. 이 제품은 증기를 이용해서 딱딱해진 빵도 갓 구운 것처럼 살려낸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입소문만으로 너무 빨리 팔려서 고객들이 3개월씩 기다려야 했어요.
(비주류VC도 신혼 초기에 구매했던 바로 그 전설의 제품...!)
이후 발뮤다는 가습기 Rain(레인, 물항아리 모양 기화식 가습기), 밥솥 The Gohan(더 고한, 프리미엄 밥솥), 전기 주전자 등 주방과 생활가전 전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어요.
2020년에는 주식시장에 상장까지 성공했어요. 주가는 6,000엔(약 56,400원)을 넘어서 9,000엔(약 84,600원)까지 올라갔어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큰 시장이었어요. 발뮤다는 "기능 이상의 감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고, 높은 마진율과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했어요.
그야말로 디자인 프리미엄의 성공 사례였죠.(이 때 까진 참 좋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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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무너진 건가요? 뭔가 잘못된 결정이 있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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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Reuiters.com)
치명적인 실수가 바로 2021년 11월에 출시한 BALMUDA Phone(발뮤다 폰, 4.9인치 소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에요.
테라오 겐은 발뮤다를 "가전 회사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시키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발뮤다 테크놀로지스라는 서브 브랜드까지 만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죠. 하지만 이건 발뮤다의 핵심 역량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도전이었어요.
발뮤다 폰의 스펙을 보면 문제가 명확해요.
퀄컴 스냅드래곤 765 프로세서에 4.9인치 FHD 디스플레이, 후면 4,800만 화소 카메라, 6GB 메모리, 128GB 스토리지, 2,500mAh 배터리를 장착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자급제 기준 104,800엔(약 98만원)이었어요. 같은 시기에 출시된 iPhone 13 mini나 갤럭시 S21보다 비쌌는데 성능은 훨씬 떨어졌어요. 심지어 충전기와 케이블도 별도 구매해야 했어요.(왠지 애플의 행태랑 비슷...?)
결과는 참담했어요. 일본 내에서 혹평이 쏟아졌고, 같은 해 12월에는 23,000엔(약 21만원)으로 가격을 대폭 인하했어요. Y모바일에서는 번호 이동 시 2,023엔(약 1만 9천원), 사실상 공짜폰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이런 급격한 가격 인하는 발뮤다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어요. 주가는 6,000엔에서 3,000엔 선대로 반 토막이 났어요.
그리고 2023년 5월, 결국 발뮤다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발표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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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mainichi.jp)
멋진 포즈로 호기롭게 출시했지만... 테라오 겐은 저때를 회상하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아 근데 발뮤다폰 망했다고 테라오 겐이 파산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예요.
2025년 11월 26일 현 시점에 발뮤다의 시가총액은 한화로 약 593억원이고, 테라오 겐의 지분률은 67.82%(웜마...엄청나게 높네요...? 상장사 맞나...?)이기 때문에 단순 계산해도 겐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약 402억원이예요.
절대 이 분 망한 것 아닙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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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왜 스마트폰은 그렇게 실패한 건가요? 토스터는 잘 만들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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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스마트폰 시장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는 거예요.
발뮤다는 토스터나 선풍기 시장에서 "디자인과 감성"으로 성공했어요. 이런 가전제품 시장에서는 기본 기능만 충족하면 디자인 프리미엄이 먹혔죠.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완전히 달라요. 이 시장에서는 기술 경쟁력이 디자인보다 훨씬 더 중요해요.
Samsung이나 Apple 같은 살아남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비메모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서 원가를 낮추고 있어요. 그런데 발뮤다는 모든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했고, 제조는 Kyocera(교세라, 일본 전자부품 및 통신기기 제조사)에 위탁했어요.
가격 경쟁력이 있을 리가 없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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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UNDERkg Youtube)
이처럼 발뮤다폰의 실패는 국내외 많은 유튜버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어요. 수 많은 악성 개봉기와 사용기가 유튜브를 뒤덮었고 결국은 좋지 않게 끝나고 말았죠...
더 큰 문제는 발뮤다가 자신들의 본질을 잊었다는 거예요. 발뮤다의 강점은 "작은 가전 혁신"에 있었어요. 선풍기의 날개 구조를 바꾸거나 토스터에 증기 기능을 추가하는 식의 차별화였죠.
하지만 스마트폰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 첨단 기술의 집합체예요. 이런 영역에서 발뮤다는 아무런 경쟁력이 없었어요. 심지어 발뮤다의 사장 테라오 겐 본인도 발뮤다 폰이 아닌 iPhone으로 트윗을 올린 게 들통나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아...이 모냥 빠지는...행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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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마트폰 실패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발뮤다의 주가는 회복하지 못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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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회복하지 못했어요.
스마트폰 실패 이후에도 발뮤다는 가전 시장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가장 큰 문제는 "기술 혁신 부재"였어요. 경쟁사들이 IoT, AI 기술을 가전에 접목하는 동안 발뮤다는 여전히 "감성"에만 머물렀어요. 게다가 Xiaomi나 한국 대기업들이 발뮤다와 유사한 디자인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발뮤다의 또 다른 문제는 제품 개선 주기가 너무 느렸다는 거예요. 출시한 지 수년이 지나도 기능 개선 없이 같은 제품을 계속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건 발뮤다가 제품 기획은 잘하지만 기술 개발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증거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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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oogle Finance)
결국 2021년 9,000엔(약 84,6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025년 현재 850엔(약 8,000원)까지 폭락했어요. 약 90% 넘게 떨어진 거죠. 매출도 급감하면서 회사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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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사례에서 창업자와 VC들이 배워야 할 교훈은 뭘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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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뮤다 사례는 창업자와 VC 모두에게 중요한 교훈을 줘요.
먼저 창업자들에게는 "본질적 기능 없는 감성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걸 알려줘요. 디자인과 경험은 시장 진입과 초기 성장을 위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발뮤다의 그린팬과 토스터가 그랬죠.
하지만 성공 이후에는 반드시 "기술적 해자(Technological Moat)"를 구축해야 해요. 모방을 어렵게 만드는 독점적인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는 거죠. 발뮤다는 이 부분을 놓쳤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을 벗어난 확장의 위험성이에요. 성공적인 확장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과 "새로운 시장의 요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뤄져야 해요. 스마트폰 진출은 발뮤다의 "작은 가전 혁신"이라는 핵심 역량을 완전히 벗어난 위험한 시도였어요. 초기 창업자의 감과 고집이 기업 규모 확장 시 독단이 되어 회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예요.
VC들에게는 "디자인 프리미엄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줘요. 투자의 핵심은 모방이 어려운 경쟁 우위에 있어요.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 모방이 쉬워져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해요. 이 회사가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경쟁사의 도전을 막을 수 있는 "독점적인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발뮤다는 감성에만 머물러 장기 투자 매력이 약화됐어요. 또한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할 때 시장 전문가와 기술 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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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우게 된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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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은 진입 무기이지 방어 무기가 아님
발뮤다의 초기 성공은 디자인과 감성이라는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됐어요. GreenFan 선풍기와 The Toaster는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했어요. 하지만 이런 디자인 중심 전략은 시장 진입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해요. 샤오미 같은 경쟁사들이 유사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자 발뮤다는 방어할 수단이 없었어요. 창업자라면 초기 성공 이후 반드시 기술적 해자를 구축해야 하고, VC라면 투자 대상이 모방하기 어려운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해요.
- 핵심 역량을 벗어난 확장은 재앙이 될 수 있음
발뮤다의 스마트폰 진출은 전형적인 실패 사례예요. 테라오 겐은 발뮤다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도약시키려 했지만, 스마트폰은 발뮤다의 핵심 역량인 "작은 가전 혁신"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어요. 스마트폰 시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의 집합체이고 삼성이나 애플처럼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기업들만 살아남는 곳이에요. 발뮤다는 이런 역량이 없었고 결과는 참담했어요. 창업자는 확장 전에 자신의 강점이 새로운 시장에서도 유효한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고, VC는 피투자사의 신규 사업 진출 시 해당 시장의 핵심 성공 요인을 충족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해요.
- 감성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없음
발뮤다는 "기능 이상의 감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성공했지만, 감성만으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어요. 경쟁사들이 IoT와 AI 기술을 가전에 접목하는 동안 발뮤다는 여전히 감성에만 의존했어요. 게다가 제품 출시 후 수년이 지나도 기능 개선이 없었던 건 기술 개발력 부족을 드러냈어요. 결국 소비자들은 비슷한 디자인에 더 많은 기능과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경쟁 제품으로 이동했어요. 창업자는 감성적 요소와 기술적 혁신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고, VC는 피투자사가 지속적인 기술 혁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해야 해요.
- 창업자의 감이 독단이 되는 순간을 경계해야 함
테라오 겐의 "록 밴드 같은 사고방식"은 초기 발뮤다의 성공 요인이었어요. 시장 조사 없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접근이 독특한 제품을 탄생시켰죠. 하지만 같은 접근 방식이 스마트폰 진출에서는 치명적인 실수가 됐어요.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창업자의 직관과 고집이 독단으로 변질될 수 있어요. 테라오 겐 본인도 발뮤다 폰이 아닌 iPhone을 사용한 걸 보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명확해요. 창업자는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와 전문가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하고, VC는 창업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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