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이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어요. 서비스가 살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지난주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1위는 ChatGPT가 아니었어요. 1996년에 태어나 2009년에 사실상 죽었다고 여겨지던 지도 서비스, MapQuest였어요. Google과 Apple은 하루 이틀 만에 정부 방침을 따랐는데, 왜 이 낡은 회사만 "안 바꾸겠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2026년 9월 1일 주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 한 회사 MapQuest의 스토리를 들려드릴께요.
- MapQuest is No. 1 on the App Store after refusing to change Lake Ontario's name (CNN Business, September 1, 2026)
- MapQuest tops Apple App Store after refusing to change Lake Ontario to "Lake America" (CBS News, September 2026)
- MapQuest Surges to No. 1 in the Apple App Store, 30 Years After Inventing Online Mapping (Business Wire press release, August 31, 2026)
- Apple Maps changes name of Lake Ontario to "Lake America" (NBC News / Reuters, September 2, 2026)
- Apple joins Google in renaming Lake Ontario to "Lake America" (Axios, September 1, 2026)
- System1 Announces Second Quarter 2026 Financial Results and Launch of New Agentic Products (System1 Investor Relations, August 5, 2026)
- Google spared from ad-business breakup, but judge orders changes to how it operates (TechCrunch, September 2, 2026)
- A eulogy for Mapquest (Search Engine Land, Octob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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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난주(2026.08.31~2026.09.03) 미국 앱스토어 1위가 ChatGPT가 아니었다면서요? 그럼 대체 누가 1위였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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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oogle)
MapQuest(맵퀘스트, 1996년 시작한 미국 온라인 지도·길찾기 서비스)였어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길찾기 결과를 A4 용지에 인쇄해서 차에 들고 타던, 바로 그 서비스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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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aron Rupar X_우와...진짜 종이를 붙이고...)
이 회사는 1999년에 상장했고, 2000년에 AOL(에이오엘, 1990년대 미국 최대의 인터넷 접속·포털 서비스 기업)에 11억 달러(약 1조 6천억 원)에 인수됐어요.
그런데 2005년 Google이 구글맵을 내놓으면서 흐름이 뒤집혔고, 2009년에는 이용자 수에서 완전히 추월당했어요. 이후 AOL이 Verizon에 넘어가면서 딸려갔다가, 2019년 10월 버라이즌이 System1(시스템1, 맵퀘스트·스타트페이지 등을 운영하는 미국 뉴욕증시 상장 광고기술 기업)에 팔았어요.
이때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버라이즌이 "공시할 만큼 중요한 금액이 아니다"라고 판단했을 정도였어요. 업계에서는 이미 추도사까지 쓴 브랜드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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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 회사 이름은 진짜 처음 들어보네요...그렇게 잊힌 회사가 갑자기 1위라니, 지난주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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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 와중에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Lake America"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어요.
여기서 많은 분이 헷갈리시는데, 이 명령이 직접 바꾸는 건 미국 연방정부의 지명 데이터베이스(GNIS)예요. 민간 기업의 앱에 뭐라고 표기할지까지 강제하는 법은 아니에요. 다만 지도 서비스들이 관행적으로 그 데이터베이스를 지명 출처로 삼기 때문에, 공이 자연스럽게 기업으로 넘어가요.
Google은 토요일에 미국 사용자에게 Lake America를, 캐나다 사용자에게는 Lake Ontario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Apple도 9월 1일에 같은 방식으로 따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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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MapQuest X_전설이 되어 버린 바로 그 짤...10년 후에도 사람들이 기억할 명짤이라고 생각합니다...)
Google도...Apple도 말 나오기 무섭게 바~~로 고쳤는데!!!!!!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 MapQuest는 서명 당일에 "We're not changing it(우리는 안 바꿉니다)"이라는 한 줄을 올렸어요.
결과는 숫자로 나왔어요. 앱 분석업체 Appfigures(앱피겨스, 앱 다운로드 데이터 분석 업체)에 따르면 다운로드가 6,295% 늘었고, 9월 1일 화요일 하루에만 약 21만 건이 받아졌어요. 평소에는 하루 1,000건도 안 되던 앱이에요. 8월 31일이에는 네비게이션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찍더니 다음날 9월 1일에는 앱게임 통합 모두에서 1위를 찍는 기적을 보여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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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구글과 애플은 왜 그렇게 빨리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따랐을까요? 큰 회사들이라 더 버틸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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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emini)
여기서부터는 보도된 사실이라기보다 제 뇌피셜로 봐주세요.
덩치가 크면 정부와 부딪힐 때마다 붙잡힐 인질이 많아요. Google은 광고 사업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공교롭게도 9월 2일에 담당 판사가 사업 분할은 막아주되 광고 경매 운영 방식은 바꾸라는 결정을 내렸어요.
Apple은 관세와 생산기지 문제로 계속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고, 미국 내무장관은 대통령이 애플에 직접 연락했다고 방송에서 밝히기도 했어요. 두 회사 모두 연방정부와 얽힌 계약과 소송이 있어요. 이 상황에서 호수 이름을 안 바꿔서 얻는 건 인터넷의 박수 몇 만 개인데, 잃을 수 있는 건 그보다 훨씬 크죠. 그러니 계산이 빨리 끝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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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럼 반대로 MapQuest는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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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emini)
거부 비용이 사실상 "0"에 가까웠기 때문이에요.
공개된 범위에서 MapQuest는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도, 걸려 있는 대형 연방 계약도 없어요. 잃을 게 없으니 거절이 공짜인데, 대신 "구글과 다른 점"이라는 유일한 차별점을 얻어요.
더 인상적인 건 속도예요. 행정명령 서명 당일에 회사 공식 계정에서 한 줄이 나갔어요. 대기업이라면 법무 검토만 몇 주가 걸릴 일이에요. 게다가 이건 즉흥이 아니었어요.
MapQuest는 2025년 2월 멕시코만 개명 때 이미 사용자가 직접 이름을 붙여보는 도구를 만들어 뒀고, 이번에는 그 도구의 주소(gulfof.mapquest.com)에 온타리오호 경로만 붙여서 재활용했어요. 리허설을 한 번 마친 팀이 두 번째 공연을 한 셈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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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화제성은 대단한데, 그래서 실제로 돈은 벌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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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emini)
여기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요. 모회사 System1의 2026년 2분기 실적은 매출 3,020만 달러(약 444억 원)로 1년 전보다 61% 줄었고, 회계기준 순손실은 1,530만 달러(약 225억 원)였어요.
조정 EBITDA는 190만 달러(약 28억 원) 흑자였지만, 6월 말 현금은 4,050만 달러(약 595억 원)로 반년 만에 크게 줄었고 회사는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공시했어요.(현금이 약 600억 있는데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니...;;;)
앱스토어 1위가 당장의 손익계산서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뜻이에요. MapQuest가 실제로 돈을 버는 곳은 소비자 앱이 아니라 주소를 좌표로 바꾸는 지오코딩과 배송 경로 최적화 같은 개발자용 API예요.
System1은 2026년 2분기에 MapQuest용 MCP 서버도 내놨어요. AI 에이전트가 지도 데이터를 불러 쓰게 만드는 통로예요. 그래서 이번 사건의 성패는 다운로드 숫자가 아니라, 한 달 뒤 남아 있는 사용자와 API 문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에서 갈릴 거예요.
다음 분기에 정말 흥미롭게 지켜 볼 포인트네요! 트럼프도 기대하겠죠?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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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우게 된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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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노출이 곧 기업 발언권의 가격임
Google과 Apple은 돈이 없어서 침묵한 게 아니에요. 진행 중인 소송, 관세 협상, 정부 관련 계약이 많을수록 작은 사안에서도 양보하게 되는 구조예요. 반대로 잃을 것이 적은 회사는 같은 사안에서 훨씬 크게 말할 수 있어요. 투자 검토를 할 때 규제 노출도를 리스크 항목으로만 보지 말고, 그 회사가 시장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의 폭으로도 읽어보면 좋겠어요.
- 잊힌 브랜드의 인지도는 회계에 안 잡히는 자산임
Verizon은 MapQuest를 공시할 가치도 없는 자산으로 봤어요. 그런데 그 브랜드는 6년 뒤에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 1위를 찍었어요. 사람들이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광고비를 대신하는 힘이에요. 다만 이 자산은 장부에 없기 때문에, 인수나 회생 검토를 할 때 따로 물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요.
- 화제성은 손익계산서를 바꾸지 못함
MapQuest는 1위를 했지만 모회사 System1의 2분기 매출은 61% 줄었고 순손실은 1,530만 달러(약 225억 원)였어요. 다운로드 폭증과 매출 증가는 다른 문제라는 걸 숫자가 보여줘요. 그래서 이런 사건을 볼 때는 반짝 지표 대신 한 달 뒤 잔존율과 유료 전환을 물어보는 편이 정확해요. 창업자에게도 "그래서 이 트래픽이 어느 매출 라인으로 들어가나요"라고 묻는 것이 좋겠어요.
- 즉흥처럼 보이는 대응은 대개 리허설의 결과임
MapQuest는 2025년 2월에 만들어 둔 이름 짓기 도구를 이번에 그대로 재활용했어요. 서명 당일에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미 한 번 해본 플레이였기 때문이에요. 빠른 대응은 성격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라는 뜻이에요. 포트폴리오사에 "우리 브랜드가 뉴스에 걸렸을 때 24시간 안에 내보낼 수 있는 것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실력이 바로 드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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