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알려진 연락처는 회사의 대표메일 주소 하나밖에 없었어요.
VC를 하면 좋은게 어떤 산업의 어떤 회사이던 조금만 알아보면 연락처를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회사는 정말이지 그런게 안되더라구요. 제 주변 VC들과 증권사 친구들에게 연락을 많이 해봤는데 이 회사에 대해서 다들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죠.
심지어 이 회사가 있는 지방 출신의 심사역에게 물어봤지만 역시나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어요. 재밌는 건 이후에 따로이 점심을 먹는데 자기 아이도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걸 뒤늦게 알아챘다네요.
일반적으로 회사 인포메일로 연락을 할 경우 회신이 안 오는 경우가 많아요.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회사 인포 메일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 회사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고 역시나 연락이 안 오더라구요.
그 와중에 PE쪽에 아는 동생놈한테 이 회사 얘길 했더니,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대표이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왔어요.
그 날 이후 저는 이 동생을 만나면 흥신소를 꼭 차려보라고 여러 차례 권유하게 되더라구요.
좌우지간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지만 그냥 전화부터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래서 문자를 정중하게 보냈어요.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비주류VC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인가를 받아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입니다. 언제 한번 찾아 뵙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지 여쭈어봅니다."
라는 뉘앙스의 문자였죠.
1짜가 안 없어지더라구요...;;;
다음날이 되어서야 아주 짧게 회신이 왔어요.
"문자 잘 봤습니다. 명함 하나 보내주세요."
아싸! 싶었어요.
어찌저찌 만나는 보겠구나 싶었죠.
문자를 보내자 마자 바로 전화가 왔어요.
제가 그 때 무슨 심사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심사고 나발이고 뛰쳐나와서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수더분한 목소리의 대표님이셨는데 자기는 돈이 필요가 없다시는 거예요.
그 큰 돈을 받아서 뭐에다가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그걸 어디다 쓰면 좋겠냐고 오히려 되물어 오시더라구요.
저는 일반적인 얘기를 좀 했었어요.
주로 매출과 이익이 잘 나는 회사는 투자를 받아서 설비를 늘리거나 해외 진출을 위해서 쓴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이미 해외 매출이 80% 정도 된다는 거예요.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요. 매출이랑 이익도 잘 나오는데 심지어 해외 매출이 대다수라니... 이 회사 정말 코스닥에 상장되면 주가가 날아가겠다 싶었어요.
A산업 내에서 이런 투자를 받은 곳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저는 이 글 시작부분에 말씀드렸던 글로벌에서 성공한 그 브랜드를 말씀드렸어요.
근데 놀랍게도 이 대표이사분이 그 회사를 모르시더라구요.
모를 수가 없을 것 같았는데...좌우지간 본인은 그런 회사를 처음 들어본다고 하더라구요.
좌우지간 저는 회사로 한번 방문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서울에서 뭐 이런데까지 오냐고 자꾸 오지 말라시는거예요. ;;;;
투자자 인생 8년만에 겪는 첫 경험이었죠.
아니 오란 것도 아니고 내가 가겠다는데...
이쯤 되면 대부분은 일단 와보라고는 하는데... 뭐가 문제지...싶었어요.
투자 많이 받은 그 회사명이나 좀 문자로 남겨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마무리 되었어요.
일단 첫 통화는 무사히 마쳤는데, 본격적인 일은 이제부터라는 생각이 들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