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창업자를 만나면 항상 먼저 묻게돼요.

"이 산업에서 몇 년이나 일하셨어요?"

답변이 "처음이예요. 하지만 새로운 시각과 BM으로..."로 시작하면 속으로 한숨을 쉬게 돼죠.

냉정한 사실은 당신이 뛰어들려는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그저 표면적인 문제만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이예요.

10년 동안 그 업계에서 일한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갑자기 외부인인 당신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물론 특정 조건 하에서 가능은 해요.

하지만 그 확률은 복권 당첨 확률과 비슷해요.(아니...복권 당첨보다 훨씬 가능성이 낮겠죠...)

실리콘밸리에서는 "도메인 전문성이 없어도 된다"는 말이 종종 쓰인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99% 말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 엔지니어가 아니었다는 예가 가장 많이 쓰이던데요...

일부는 맞아요.

하지만 잡스는 어릴 때부터 기기를 분해하고 조립했고 대학 시절에도 컴퓨터 부품 상점에서 일했어요. 겉보기에는 "외부인"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깊은 업계 지식이 있었다고 봐야겠죠.

제가 투자한 성공적인 창업자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오랫 동안 일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업계의 고통스러운 문제를 직접 경험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한 경우가 많아요.

그들은 산업의 언어로 말하고, 복잡한 규제를 이해하고, 무엇이 실제로 문제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이게 바로 "특정 섹터의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종이 한 장짜리 자격증으로 전문가가 된 것처럼 행동하지 마세요. 그리고 자신이 몸담아 본 적도 없는 산업에 대해서 리서치 몇 번 했다고 굉장한 걸 할 수 있다고 말하지도 마세요.

"실제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지식만이 진짜 가치가 있어요."

"우리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항상 물어봅니다.

"누가 이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정확히 누군가요?"

제가 스레드에서 정말 여러 번 강조했지만,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PMF는 모든 것"이예요.

회사의 기술이 아무리 멋지고, 코드가 아무리 세련되고, UI가 아무리 예쁘다 한들 사람들이 그것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취미일 뿐이에요.

12년 동안 투자자로 일하면서 본 가장 큰 환상은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찾아올 것"이라는 헛된 믿음이예요.

"현실 적으로 그들은 당신을 찾아오지 않아요. 절대로요."

PMF를 찾은 창업자는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자신이 시장의 폐부를 찔렀다는 사실을 말이죠.

회사가 고객의 문을 두드리지 않아도 돼요.

고객이 회사의 문을 부수고 들어오니까요.

그들의 제품은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범주에 속하게 돼요.

저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우리는 아직 PMF를 찾는 과정에 있어요"라고 말해요.

이건 "아무도 우리 제품을 원하지 않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어요.

냉정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MVP를 만들기 전에 최소 100명의 잠재 고객과 대화하세요.

그들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에 얼마를 지불할지 구체적인 숫자를 물어보세요.

"관심 있어요"는 의미 없는 답변이죠.

"월 10만원 지불할께요"가 의미 있는 답변이에요.

노하우와 지식은 엄연히 달라요.

지식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배울 수 있지만 노하우는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어요.

"문서에는 없는" 업계의 불문율을 아는 창업자의 가치는 "무한대"라고 봐도 돼요.

그들은 어떤 규제 기관이 까다로운지, 어떤 파트너십이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업계의 어떤 "큰 문제"가 실제로는 아무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작은 불편함에 불과한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노하우는 효율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어요.

경험이 풍부한 창업자는 어디서 지름길을 택할 수 있고, 어디서는 절대 지름길을 택하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시간과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요.

왜냐면 "경험"을 해봐서 아는 거예요.

얼마 전에 저를 찾아왔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창업자가 한 말이 기억나네요.

"우리는 이 분야의 사업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최고의 인재들과 완벽한 BM을 가지고 있어서 글로벌 플랫폼들을 뛰어 넘는 창의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할 거예요!"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어요...

이런 사업을 여러 번 투자 검토해 봤던 저도 아는 업계의 자잘한 문제점들을 문자 그대로 "모르고 있는 상황" 이더라구요.

이런 점 때문에라도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노하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예요.

네트워킹을 싫어하는 내향적인 창업자 분들에게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예요.

미리 양해를 구하는 바예요.(꾸벅...)

사업에 있어서 네트워크는 엄청나게 중요해요.

불공평 하다고요?

맞아요.

하지만 현실이에요.

우량한 네트워크를 가진 창업자가 가진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특히 자금 조달에서 네트워크의 힘은 압도적이죠.

현실적으로 콜드메일은 VC들이 잘 읽지 않아요.

"이건 불공평해요! 좋은 아이디어만으로 평가받아야 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게 현실이예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예요.

현실적으로 수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밋업, 컨퍼런스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죠.

핵심은 단순히 명함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는 거예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겠죠. 편법 따윈 안 통하는 영역이예요. 

이렇게 네트워크를 만들 방법이 많은데도 네트워크가 없으니 아이디어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겠다구요?

그건 스타트업을 제대로 하겠다는 마음 가짐이 아닌 것 같아요.

빨리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귀중하지만 가장 정의하기 어려운 요소인 "인사이트"예요.

이건 모든 사람이 동일한 정보를 볼 때 다른 모든 사람들이 놓친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왼쪽을 볼 때 나는 오른쪽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거의 초능력에 가깝죠.

창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인사이트"와 "의견"을 혼동한다는 거예요.

일례로, "사람들은 더 빠른 배송을 원할 것이다"는 의견인 거죠.

"현재의 물류 모델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이며 분산형 창고 네트워크로 대체되야 한다"는 말은 인사이트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예시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아닐 수 있어요!)

진정한 인사이트는 일반적으로 다음 상황에서 주로 발생돼요.

가장 강력한 인사이트는 종종 "왜 아무도 이것을 이렇게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돼요.

이런 인사이트가 나오려면 역시나 산업의 경험이 필요하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신선한 시선이 필요하겠죠.

창업자는 이래저래 초능력자가 되어야 하나봐요...

투자자로서 창업자를 평가할 때, 저는 이 다섯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요.(진짜예요.)

모든 요소가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뛰어나야 하고 나머지는 최소한 "적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냉정히 말씀드리자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죠.

하지만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이 다섯 가지 요소 중 적어도 세 가지 이상 뛰어났던 것 같아요

그러니 창업자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세요.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약점은 무엇인가요?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이런 고리타분한 조언이 여러분의 열정을 꺾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업은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이고, 우리 VC들은 여전히 이런 도전에 돈을 걸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다만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이 다섯 가지 요소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성공한 창업자와 실패한 창업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성공한 창업자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제가 봐 온 창업가들은 두 부류로 나뉘더라구요.

"포기했느냐. 끝까지 했느냐."

이 글을 보시는 창업자 분들이 "포기하지 않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