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의 투자금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창업자 분들이 많으세요. 마치 VC의 돈은 하늘에서 떨어졌고 자기 연습비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누구보다 빠르게 신선한 투자업계의 정보를 전달해 드리는 "비주류VC" 예요.
오늘은 매주 월요일마다 발송드리는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오늘은 서른번 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VC의 투자금이 자신의 창업 연습비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오늘은 이런 오해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아래의 숏폼 글을 롱폼글로 써봤어요.
Source :
- 중소벤처기업부 - 2025년 1분기 벤처투자 2.6조원, 펀드결성 3.1조원 (2025.05.20)
- 벤처투자종합포털 - 대시보드 | 통계 | 정보서비스 (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4분기 기준)
- e-나라지표 - 벤처캐피탈 투자 추이 (중소벤처기업부)
- THE VC - 2024 한국 스타트업 투자 통계
- THE VC - 2023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 (완결)
- PwC - 글로벌 IPO 실적 분석 및 전망 - 2024년 1분기
- StartupRecipe - 2023년 스타트업 IPO 시장 성적표 짚어봤다
-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 2022년 국내 벤처투자 통계 및 동향
- 슈퍼브 블로그 - 90%가 실패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10%
- 전자신문 - 스타트업 실패와 재창업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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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 창업자로부터 들었던 충격적인 한 마디가 있어요.
아직도 그 말이 귓가에 맴돌며 벤처투자 생태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어요.
한 7년 전쯤, 꽤 오래 전에 투자해둔 회사가 있었어요.
제가 이후 두 번의 라운드에 다른 VC들을 꽤 많이 인바이트해서 투자도 많이 받은 상태였죠. 이 회사가 한동안 잘 나가다가 매출이 고꾸라지면서 작년에 자금난을 겪게 되었어요. 어렵게 어렵게 후속투자를 위해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저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어요.
"이제 산전수전 다 겪어봤으니 잘 할 일만 남았네요! 돈만 있으면 되겠네요!"
대표님은 자신감으로 하신 말씀일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마치 지금까지 제가 투자한 돈은 그냥 연습용이었다는 말로 들렸어요. (티는 못 냈지만 큰 마상이...)
결국 그 후속 투자는 진행하지 않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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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계기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많은 창업자들이 벤처캐피탈의 투자금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ATM 기계처럼 말이예요.
"VC가 벤처캐피탈이고 모험자본이니까 모험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며 "그러면서 왜 자기 같은 모험적인 사업에 투자를 안 해주냐"고 푸념하는 창업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어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하고 있어요.
실제 벤처투자 시장의 규모를 보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어요.
한국의 벤처투자 규모는 2019년 4조 2,777억원에서 2021년 7조 6,802억원까지 급증했다가, 2022년 6조 7,640억원, 2023년 5조 3,977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2024년에는 11.9조원이라는 수치가 나왔고, 2025년 1분기에는 2.6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했어요. 이는 2022년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분기 실적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수치에는 정부의 대규모 정책펀드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실제 민간 투자만 놓고 보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맞아요.
그런데 벤처캐피탈의 자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아는 창업자들이 의외로 많아요. 실상은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 저희 VC들도 스타트업 창업자 못지않게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예요. LP(Limited Partner)들을 설득하고, 펀드 약정을 받고,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은 창업 못지않게 힘든 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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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현재의 기조를 만든 건 다름 아닌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의 방만한 비용 사용과 PMF(Product Market Fit)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부터 받으려 했던 스타트업들의 나이브함이 원인이었어요.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났던 시기가 있었죠. 그때는 정말 아무 회사나 투자받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실제로 2021년 벤처투자 규모가 7조 6,802억원으로 급증했던 배경에는 이런 과도한 유동성이 있었죠.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단순히 "바이오", "O2O", "AI", "메타버스" 같은 트렌드 키워드만 있으면 투자가 되는 상황이었어요. 거기다가 적절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인력들만 있다면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시기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2024년 더브이씨(THE VC)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 투자 금액이 전년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2023년에도 투자 건수가 전년의 2,236건에서 1,429건으로 36.1% 감소했고요.
이는 과거의 과열된 투자 시장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예요.
그 시절 많은 스타트업들이 착각했어요.
투자받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사업 성과보다는 밸류에이션 올리기에만 집중했죠. PMF를 찾기 전에 일단 규모부터 키우려고 했고, 마케팅비를 과도하게 태우면서 허상의 성장을 만들어냈어요.
더 심각한 건, 그 돈을 정말 물 쓰듯 썼다는 거예요. 고급 사무실 임대료, 과도한 인건비, 화려한 마케팅 이벤트... 정작 핵심 제품 개발이나 고객 확보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물론 모든 투자 받은 창업자들이 이랬다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제 경험을 돌아봤을 때 전반적으로 분명히 그 유동성을 쓸데 없는 곳에 많이 썼던건 확실해요. 지금이라면 절대 안 썼을 그런 곳에 많이들 썼단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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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투자해서 7개 증발, 나머지는 간신히 생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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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렵게 모은 피 같은 돈을 스타트업들에게 투자해도, 정말 그 돈이 회수될까 말까 한 상황이 현실이에요.
벤처투자종합포털의 최신 통계를 보면 청산된 벤처투자조합의 평균 수익배수가 1.42배에 불과해요.
즉 100원을 투자해서 142원을 회수하는 수준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게 평균이라는 게 함정이에요. 극소수의 대박 성공 케이스가 평균을 끌어올린 거고, 실제로는 투자금을 완전히 날린 케이스가 훨씬 많다는 뜻이거든요.
더 절망적인 현실은 스타트업 자체의 생존율이에요.
글로벌 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90%가 실패하고,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조차 75%가 실패해요. 한국은 더 심각해서 스타트업 3년 생존율이 38.2%로 OECD 평균 57.2%보다 훨씬 낮아요. 신생기업 5년 생존율은 겨우 33.8%에 불과하죠. 즉, 10개 회사에 투자하면 3개만 5년을 버티고, 나머지 7개는 아예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나마 살아남은 기업들 중에서도 실제로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 IPO나 M&A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예요. 회수 유형을 보면 매각이 56.5%, IPO가 겨우 24.3%에 불과해요. 결국 투자한 10개 회사 중에서 1-2개 정도만 정말 의미 있는 수익을 가져다주고, 나머지는 원금도 못 건지거나 간신히 본전치기 수준인 거죠.
벤처투자의 특성상 10개 투자해서 1~2개 정도만 성공하면 다행인 비즈니스 모델인데, 그마저도 요즘은 성공률이 더 떨어지고 있어요. IPO 시장도 막혀있고, M&A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회수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VC들이 더욱 더 타이트하고 까다롭게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건 VC들이 까칠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봐야 해요. LP들의 신뢰를 잃으면 다음 펀드를 모을 수 없고, 그럼 VC도 문을 닫아야 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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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출자 환경의 변화와 가중되는 펀드 결성의 어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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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래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 시장 전체가 냉각된 상황에서, LP들도 훨씬 보수적으로 변했어요. 예전처럼 쉽게 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더 까다로운 실사를 진행하며, 투자 성과에 대해서도 훨씬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어요.
실제로 이런 현실은 숫자로도 드러나고 있어요.
2022년 10조 7,286억원이었던 펀드 결성 규모가 2023년 6조 5,330억원으로 무려 39%나 급감한 것도 이런 맥락이에요. LP들이 출자를 꺼리면서 많은 GP들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계획했던 펀드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요.
업계에서는 "큰 손 역할을 해왔던 금융기관들이 계열 벤처캐피털을 우선시하면서 일반 벤처캐피털 대상 출자를 줄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펀드 결성 실적을 보면 이런 어려움이 잘 드러나요.
2022년 펀드 결성 규모가 10조 7,286억원에서 2023년 6조 5,330억원으로 무려 39% 급감했어요. 2024년에는 10조 6,000억원으로 회복되었고, 2025년 1분기에도 3.1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 증가했어요.
흥미로운 건 2025년 1분기 펀드 결성액 중 민간 출자가 83.5%를 차지하며 31.1% 증가했다는 점이에요. 특히 연기금·공제회(47.8% 증가), 금융기관(41.4% 증가), 일반법인(37.7% 증가) 등 민간 자본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대부분 정부 주도의 정책펀드 덕분이고 순수 민간 펀드 조성은 여전히 보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창업자분들이 이건 꼭 기억하셔야 돼요.
더 이상 ATM 기계에 현금이 많질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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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 잘못인데 후배들만 죽어나는 안타까운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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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그때의 방만함의 대가를 고스란히 후배 창업자들이 받고 있어요.
VC들은 그 시절의 실패를 통해 학습했고, 이제는 훨씬 더 보수적이고 까다로워졌어요. 정말 좋은 팀과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도 투자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죠.
물론 최근 투자 시장에 일부 회복 조짐은 보이고 있어요.
2025년 1분기에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81.7%나 증가했고, 1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26개 스타트업 중 10곳(38%)이 AI나 바이오 기업이었어요. 전반적으로 AI, 반도체, 바이오헬스, 우주산업 등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분야 위주로 집중됐는데 "딥엑스", "크레센도", "티오더", "나라스페이스", "핀트", "데이터라이즈 등이 그런 기업에 속해요.
하지만 이런 성공 사례들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IPO 시장의 상황을 보면 더욱 절망적이에요. 2023년 스타트업 IPO 시장은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지 못했고, 컬리와 오아시스 같은 대형 유니콘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일이 빈번했어요. 2024년 1분기에도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16건에 불과했고, 공모 금액은 4,881억원으로 전년 대비 건수는 3건 감소했어요. 상장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스타트업 주가가 상장 시점보다 크게 하락한 상황이에요.
특히 안타까운 건, 정말 실력 있고 준비된 창업자들조차 예전 세대의 실수 때문에 더 어려운 환경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말이에요.
요즘 만나는 젊은 창업자들을 보면 정말 대단해요. 예전보다 훨씬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린하게 운영하며,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하지만 투자 환경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상황이죠.
하지만 많은 창업자들은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쉽게 투자받았는데 왜 요즘은 이렇게 까다로우냐"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예전 상황이 오히려 비정상적이었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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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예요.
창업자들은 투자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봐야 하고, VC들도 단순히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진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해요.
투자를 받을 때는 정말 그 돈이 필요한 이유가 명확해야 하고, 그 돈으로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해요. "돈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하죠.
또한 VC들도 변화해야 해요.
단순히 재무적 리턴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진짜 혁신적인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하죠. 물론 리스크 관리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보수적으로만 접근하면 진짜 기회를 놓칠 수도 있거든요. 균형이 정말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어요.
벤처투자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예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때 진정한 성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신뢰를 쌓는 과정이 예전보다 확실히 타이트해졌고 시간을 요하게 된 건 사실이예요.
창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거예요.
투자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투자는 여러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 투자금이 얼마나 소중한 돈인지,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 VC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최근의 투자기조는 다행히도 긍정적이예요.
특히 AI와 바이오 같은 딥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81.7%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1.42배의 평균 수익배수와 90% 스타트업 실패율, 33.8%의 5년 생존율이라는 냉혹한 현실도 직시해야 해요.
지금의 변화하는 투자 환경은 과거의 방만함에 대한 시장의 자정 작용이면서, 동시에 진짜 가치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기도 해요. 정말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해야 할 때예요.
VC들의 자금을 자기 사업의 "연습비"라고 인식하는 창업자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믿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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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VC"는 계속 스타트업 산업과 투자 업계에 대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빠르고 신선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해요. 운영 중인 Threads와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시면 큰 힘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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