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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투자한 애송이VC를 향한 8만 6천원의 일갈(feat. 공룡도 로봇도 없이) :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18)
몇 억을 투자했는데 8만 6천원이 입금되면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비주류VC"가 투자했던 애니메이션의 정
2025. 2. 16.
애니메이션에 투자한 애송이VC를 향한 8만 6천원의 일갈(feat. 공룡도 로봇도 없이) :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18)
몇 억을 투자했는데 8만 6천원이 입금되면 어떤 기분일까요? 실제로 "비주류VC"가 투자했던 애니메이션의 정
안녕하세요. "비주류VC"예요.
오늘은 월요일마다 발송드리는 "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목요일에는 제가 관심있는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드리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께 구독 주소를 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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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열 여덟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일전에 다른 에피소드에서 잠깐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투자에 대해서 언급을 드린 적이 있어요.
일단 난이도가 굉장한데... 그 이유는 일단 수익을 낼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예요.
오늘은 제가 11년 동안 VC로 투자 활동을 하면서 정산받은 금액 중 가장 충격적인 숫자를 보여주었던 프로젝트 투자건에 대해서 얘기해 드릴께요.
제가 VC로 일을 시작하고 한 3년이 지나는 시점이었을 거예요.
한 건의 애니메이션 투자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에니메이션 투자는 극장용과 TV용으로 나뉘는데 이 건의 경우 TV용이었어요.
몇 번 말씀드린 것과 같이 당시에는 제 스스로의 딜을 하기 보다는 윗 상사분이 내려보내는 딜을 처리(?)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시절이였어요.
주니어 심사역으로써는 딜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자체로 좋았고 그래서 이번 딜도 잘 투자하고자 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라는 거였죠.
이미 3년 정도 애니메이션 투자의 폐해(?)를 봐왔던 터라 상당히 심려되었어요.
하지만 일정대로 투자가 진행되어야 했었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떤 프로젝트였나?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국내 방송사에서 방영한 후, 케이블 TV나 IPTV로 2차 매출을 내고, 해외 판권 판매로 추가적인 매출을 발생시켜요.
그리고 방영하는 동안에 각종 완구, 굿즈, 책 등으로 추가 매출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예요.
이번 프로젝트도 비슷한 것이었고 타겟 연령층은 5~10세 남아, 여아였어요. 이 정도의 나이대를 공략해야 그나마 방송중 완구를 팔수 있기 때문이지요.
(작품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위한 모자이크 처리 된 이미지.jpg)
검토 중 당황스러웠던 것은 컨셉이 너무 재밌었다는 거예요...;;;
제가 은근 그런 뭔가 신기하고 신비롭고 그런걸 좋아하거든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어렸을 때 부터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 신비한 설정 자체를 매우 좋아해요.
그래서 유튜브로도 예전에 보다 만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짧게 정리한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이예요.
당췌 어떻게 저런 신박한 컨셉들을 생각해 내는 것인지 감탄을 하곤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이 어찌보면 그런 부분에서 완전히 취향저격이었던 셈이죠.
주인공이 어떻게 신비한 여행을 떠나고 떠난 곳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여행이 시작되는 곳으로 돌아오는지...그 일련의 설정들이 너무나도 아기자기하고 이뻤다고나 할까요?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무엇이 우려되었을까?
투자검토 중 역시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회수 부분이었어요.
국내 방송사 중 한 곳에서 편성의향서를 끊어주었는데 이게 거의 확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방영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다만 26편짜리인 이 프로젝트에서 편당 약 500만원을 방송사가 준다고 알려져 있었던 것이지요.
알고는 있었지만 이 1억 3천만원으로는 전체 프로젝트 투자비용을 충당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해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체 프로젝트 비용이 약 30억원 가량 되었거든요.
그럼 나머지 약 28억 3천만원은 다른 방영료로 충당을 해야되는데 당시 대다수의 애니메이션이 10세 전후의 남아를 타겟으로 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환장(?)하는 로봇 메카물들의 모자이크 버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두셨다면 알 수도 있을텐데요.
당시 대부분의 국산 애니메이션 주제가 "공룡", "로봇", "공룡이랑 로봇" 정도로 정말 다 비슷비슷 했었거든요.
이유는 "완구" 때문이었어요.
공룡이나 로봇을 주제로 완구를 만든다면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어요. 탄탄한(?) 어린 남자아이들 층이 구매해 주거든요!!
그런데 공룡이 로봇으로 변신을 해!?!?! 그럼 뭐 빼박이죠!!!!
일단 공룡이랑 로봇이 나오면 시청률과 완구 판매 매출은 거의 보장된 시대였어요.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은 일단 로봇도 나오지 않고 공룡도 나오지 않아요...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만 잔뜩 나온단 말이죠. 이런 경우 문제는 자극적인(?) 완구를 만들 수가 없단 거예요.
그리고 남자애들이 환장하는 그런 메카닉물도 아니니까 그런 완구를 만들어 낼 방법도 없는 것이지요.
정말 문자 그대로 "작품성"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작품인데,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시장 특성 상 도저히 이런 애니메이션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은 없어보였단 게 문제였죠.
그래서 으째부렀으?
(투심 통과를 위해 자신의 눈과 귀를 닫아 버린 "비주류VC".jpg)
투심보고서는 참 희안한 존재예요...
마음의 소리와 겉으로 써내는 글자가 다르게 나올 수 있거든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매우 불안했지만 일단 투심보고서 상에서는 거의 "겨울왕국"에 버금가는 대작품으로 묘사되고 있었어요.
회수요?
이렇게 회수가 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거예요.
그 정도로 과장이 들어가 있긴 했어요.
그렇다고 정말 이렇게 안된다고 100% 장담할 수 있느냐???
....
그건 또 아니예요.
이 작품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요인으로 인해 대성공을 거둬서 이 투심보고서상의 회수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돌아온다면...
(머리에 총을 들이대면서 이 작품이 성공할 확률을 묻는 전XX 배우.jpg)
그런 가능성이 0%냐고 누가 진지하게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세상일 모르잖아요?
좌우지간 투심은 잘 통과가 되었고 납입까지 완료가 되었어요.
예정 방영일은 투자 이후 약 2년 후였기 때문에 한동안은 제작 과정에 대한 진행 상황만 보고를 받게 되었죠.
제작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 되었고 신통 방통하게도 다른 VC들도 끌어들여서 펀딩도 잘 마무리 지었더라구요.
사실 애니메이션 투자는 펀딩과 제작, 방영까지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로 완성 자체가 어려운 딜이예요.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효자(?) 스러운 것이었지요.
자. 이제 패를 까보자!
일단 예정보다 한 분기 정도 늦긴 했지만 무리 없이 방영이 시작되었어요.
저는 방영 시작에 맞추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작품의 평을 눈팅하기 시작했죠.
오?
의외로 평은 굉장히 좋았어요.
특히 부모님들이 좋아라 하셨다네요. 요새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뭔가 상상력을 증진시켜 준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자식들에게 자주 틀어주고 있다는 의견이었어요.
저도 이 부분은 완전 동의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성공하지 않을까?" 라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곧 정산이 시작되었어요.
정산은 한 곳에서만 되는 것이 아니고 각종 방송국들로부터의 판권 판매료, 방영료, 굿즈 판매대금 등이 마구 섞여서 되거든요.
계약상 분기별로 한 번씩 정산을 받게 되어있었으니까 3개월에 한 번씩은 좋던 싫던 정산서를 받게 되어 있었어요.
아직도 생각나요.
첫 번째 정산금액에서 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정말 이러고 3분 있었음. 정지 짤 아니었음. jpg)
154,700원...
방영 후 3개월 간 번 돈에서 저희 투자금액에 대한 배분액이 딱 저거였어요.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저희 투자금이...정확히는 못 밝히겠지만 억단위는 되었거든요?
그럼 아무리 못해도 몇 천만원은 나와야 정상 아닌가 싶었죠.
저 당시 영화투자도 하고 있었는데 15만원 회수금액은 좀....경험해 보지 못한 금액이었어요.
그 이후 몇 분기 정도는 몇백만원 단위로 회수가 되긴 했었지만 여전히 원금까지 회수하려면 정말 너무나도 오래 걸릴 것 같았죠.
그러다가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는 정산금액을 다시 한번 받아보게 되는데....
(거짓말 정말 조~~~금 더 보태서 이러고 5분 쯤!?!??! 있었음.jpg)
86,287원...
읭...?
내가 잘 못 본건가...?
862만원이겠지?
응? 아닌가?
86만원인가?
응?!?!??!
이거 진짜 8만원인가!?!?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억단위를 투자한 투자자에게 3개월 장사해서 8만 6천원을 배분하냔 말이죠...ㅠㅠ
제작사 담당자에게 푸념섞인 목소리로 이럴 거면 그냥 내 개인 통장으로 입금(?) 하시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이러면 큰일 나겠지요. 어디까지나 Joke Joke 였어요...;;;
(거친 애니메이션 투자 바닥을 잘 모르고 덤빈 애송이에게 업계가 던지는 메시지.jpg)
이건 프로젝트가 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고 두 번 다시 이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같은거 아니었을까요?
"어딜 거친 황야와도 같은 애니메이션 투자 바닥에 너 같은 애송이가 겁도 없이 덤비느냐!"
누군가가 저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좌우지간 이 프로젝트 투자의 회수율(회수금/투자금)은 5.5%였어요.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국내외의 권위 있는 애니메이션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었어요. 투자금의 회수와는 별개로 작품성 하나는 정말 뛰어났던 것이었죠.
작품성과 흥행성은 서로 완벽한 상관관계를 갖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요.
이번 에피소드를 정리해 볼께요.
1. "비주류VC"느 어느 날 TV용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되었어요.
2. 펀딩도 잘 되고 제작도 잘 되고 방영도 잘 되어서 잘 될 줄 알았죠...
3. 총 회수율 5.5%를 기록하고 프로젝트는 조용히 사라지게 되었어요
4. 거친 애니메이션 투자 바닥에서 함부로 까분 애송이의 최후가 이랬어요. 이제 다시는 안 덤빌께요. 잘못했어요...
"비주류VC"는 계속 스타트업 산업과 투자 업계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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