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음으로 큰 제조업 시장을 가진 곳이 유럽인 것을 알고 계셨나요? 이런 유럽은 대규모 공장 보다는 다품 유럽 제조업의 절반이 소량 다품종 생산 방식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자동차 공장처럼 대량 생산은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작은 배치로 수시로 제품을 바꿔가며 만드는 공장은 왜 로봇을 쓸 수 없었을까요? Sunrise(선라이즈, 제조 자동화 로봇)라는 슬로베니아 스타트업이 Cell 조립 전략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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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ndreas Klinger Youtube)
Andreas Klinger는 유럽의 야심찬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VC이자 엔젤투자자예요. 그의 유튜브 채널 [Andreas Klinger × Europe's Most Ambitious Startups]에서는 유럽 각지의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을 직접 방문하여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오늘은 Andrea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How One Startup Is Revolutionizing European Manufacturing] 영상의 엑기스만 뽑아서 소개해 드리도록 할께요. 아래 내용은 Q&A 형식으로 전해드림을 미리 알려드려요.
Source:
- How One Startup Is Revolutionizing European Manufacturing (Andreas Klinger × Europe's Most Ambitious Startups, 2024)
- Sunrise Official Website
- European Manufacturing Statistics (Eurosta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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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럽 제조업이 왜 중요한데, 자동화가 안 되고 있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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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조업 허브예요. 전 세계 제조 생산량의 17~18%를 차지하고 있죠.
중국이 29%로 1위이고, 유럽이 그 뒤를 따르고 있어요. 유럽 GDP의 15~18%가 제조업에서 나오는데, 이게 바로 고품질 일자리와 프리미엄 기업들을 만들어내는 핵심 산업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어요. 사람들은 제조업이라고 하면 자동차 공장의 거대한 조립 라인을 떠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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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Gemini 생성)
수십 대의 로봇이 똑같은 동작을 수백만 번 반복하는 그런 모습이죠.
하지만 유럽 제조업의 절반에서 3분의 2는 사실 다품종 소량 생산이에요. 영어로는 'high mix, low volume'이라고 부르는데, 다양한 제품을 소량씩 만드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볼께요. 한 공장에서 오늘은 A 고객을 위해 100개를 만들고, 내일은 B 고객을 위해 다른 제품 50개를 만드는 식이에요. 계속해서 생산 라인을 바꿔야 하는 거죠. 자동차처럼 똑같은 걸 계속 만드는 게 아니라서, 기존 로봇 자동화 방식으로는 불가능했어요. 설정을 바꾸는 데만 몇 주가 걸리고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거든요.
이게 바로 유럽 경제의 백본(Back Bone)이에요. 이런 중소 제조업체들이 유럽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데, 자동화가 안 되니까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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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Sunrise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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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ndreas Klinger Youtube)
Sunrise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있는 2년차 스타트업이에요. 이들이 만든 건 일종의 '범용 로봇 셀'이에요. 셀(cell)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하나의 독립적인 작업 유닛이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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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ndreas Klinger Youtube)
이 로봇 셀의 핵심은 시뮬레이션이에요.
기존에는 로봇을 공장에 설치하고, 현장에서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테스트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그것도 한 가지 작업만 하도록 만드는 데 말이죠. Sunrise는 이 과정을 완전히 뒤집었어요.
먼저 고객 공장의 작업 환경을 디지털로 복제해요. 그리고 그 가상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시키는 거죠. 로봇이 꿈을 꾸면서 배운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시뮬레이션 속에서 수천 번, 수만 번 작업을 반복하면서 학습해요. 그 다음에 본사 연구실에 똑같은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서 최종 테스트를 해요.
그리고 나서 로봇을 고객 공장에 보내요. 로봇은 처음 그 공장에 가는 건데, 이미 시뮬레이션에서 그 환경을 수천 번 경험했기 때문에 바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아, 이거 본 적 있어. 내가 꿈에서 해봤던 거네"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시작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하드웨어가 똑같다는 거예요. 제품이 바뀌어도 로봇 자체는 그대로 쓰고,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돼요. 마치 스마트폰처럼요. 아이폰은 똑같은데 앱을 바꿔서 쓰잖아요? 이 로봇도 그런 개념이에요. 18개월 뒤에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되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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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로봇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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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ndreas Klinger Youtube)
Sunrise가 PCB 보드(인쇄회로기판)를 테스트하는 작업장을 보여줬는데요, 이게 전형적인 소량 다품종 생산의 모습이에요.
작업장에는 PCB 테스터 기계가 하나 있어요. 이건 산업 표준 장비예요. 어느 공장에나 있는 그런 기계죠. Sunrise 로봇은 이 기계 앞에 서서 사람처럼 일해요. PCB 보드를 집어서 테스터기에 넣고, 화면을 카메라로 읽어서 테스트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올바른 상자에 분류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로봇이 기계의 화면을 사람처럼 읽는다는 거예요. 기계와 직접 통신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보는 그대로 화면을 보고 판단해요. 왜냐하면 공장에 있는 대부분의 기계들은 사람이 쓰도록 만들어졌거든요. 로봇을 위한 특별한 인터페이스가 없어요. 그래서 Sunrise 로봇은 사람이 쓰는 기계를 그대로 사람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어요.
로봇 셀 자체는 팔이 두 개 달려 있어요. 양쪽 다 바닥까지 닿을 수 있고요. 두 개의 팔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훨씬 넓어져요. 하나는 물건을 잡고 있고, 다른 하나는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셀 안에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어요. 위에서, 옆에서, 아래에서 전체 작업 공간을 보는 카메라들이 있고, 손(그리퍼)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밑바닥에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들어가 있어요. 본인들이 Nvidia의 좋은 고객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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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럽의 제조업 인력 부족이 심각한가 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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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정도가 아니라 위기 수준이에요.
유럽 제조업 노동력의 30%가 앞으로 15년 안에 은퇴해요.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면 약 1,000만 명이 부족할 거라고 해요.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제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같은 동작을 하루 종일 반복하는 단순 작업, 위험할 수도 있는 환경,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임금까지. 제조업 일자리가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Sunrise의 접근 방식이 중요해요. 이들은 사람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사람을 업그레이드하려고 해요.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을 맡으면, 사람은 감독자가 되는 거죠. 한 명의 작업자가 이제 4~5개의 작업장을 관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볼께요. 예전에는 한 사람이 하루 종일 PCB 보드를 테스터기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서 있었어요. 이제 그 사람은 로봇 4~5대를 감독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일을 하는 거예요. 훨씬 의미 있고 숙련도가 필요한 일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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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ndreas Klinger Youtube)
로봇 셀 뒷면에는 큰 화면이 있어요.
이 화면에서 로봇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뭘 '믿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요. 자율주행차의 디스플레이처럼요. 차가 다른 차를 인식하면 화면에 표시되잖아요? 똑같아요. 로봇이 PCB 보드를 인식하면 화면에 표시되고, 다음에 무슨 동작을 할 건지 보여줘요.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도 화면에 표시돼요. 그래서 숙련된 엔지니어가 아니어도 감독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사람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의미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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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Cell 생산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스타트업이 로봇을 직접 만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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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정말 영리한 부분이에요.
Sunrise는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대신 Apple의 전략을 따라 하고 있어요.
Apple이 직접 아이폰을 만들지 않잖아요? Foxconn 같은 제조 파트너에게 맡기죠. Sunrise도 똑같아요. 슬로베니아의 제조 파트너와 협업해서 로봇을 조립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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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Andreas Klinger Youtube)
거의 부티크 슈퍼카를 만드는 것 같은 방식이에요.
단계별로 조립하는 거죠. 한 대를 만드는 데 부품이 다 준비된 상태에서 약 1주일 걸려요.
창업자는 이걸 IKEA 가구라고 표현했어요. 긴 주말에 조립할 수 있는 정도라는 거죠. 나중에는 Lego처럼 만들 계획이래요. 더 쉽고 빠르게 조립할 수 있도록요.
중요한 건 청사진과 BOM(Bill of Materials, 부품 목록)이 완전히 표준화돼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 파트너와 동시에 작업할 수 있어요. 수요가 늘어나면 파트너를 더 늘리면 되는 거죠. 확장성이 아주 좋은 구조예요.
현재는 주당 1대씩 생산하고 있어요. 회사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처음엔 6개월에 한 대, 그다음엔 한 달에 한 대, 이제는 일주일에 한 대예요. 다음 목표는 일주일에 두 대, 그다음엔 더 늘리는 거죠. 벡터(방향성)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스냅샷이 아니라 방향성이요.
지금은 수요가 문제가 아니래요. 생산 능력보다 훨씬 많은 주문이 들어와 있대요. 그래서 생산 속도를 높이는 게 가장 큰 과제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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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VC 관점에서 Sunrise의 성공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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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as는 Sunrise의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고 창업자들과 오랜 친구예요. 그래서 편향이 있다고 먼저 밝혔지만, 투자 논리는 아주 명확해요.
첫째, 시장이 엄청나게 커요. 유럽만 해도 제조업의 50~66%가 소량 다품종 생산이에요. 전 세계로 보면 더 크죠. 그런데 이 시장에는 제대로 된 자동화 솔루션이 없었어요. 완전히 블루오션이에요.
둘째, 타이밍이 완벽해요. 인력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15년 안에 1,000만 명이 부족할 거예요. 제조업체들은 자동화 말고는 답이 없어요. 중국으로 옮기는 것도 이제 해답이 아니에요. 중국도 인건비가 올라갔고, 공급망 리스크도 크거든요.
셋째, 비즈니스 모델이 확장 가능해요. 하드웨어는 표준화되어 있고, 소프트웨어로 차별화하는 구조예요.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과 비슷해요. 처음엔 한 작업장에 한 대를 팔지만, 그게 잘 작동하면 고객은 앞뒤 공정의 작업장에도 설치하고 싶어 해요.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조죠.
넷째, 데이터 플라이휠이 작동해요. 로봇이 많이 배치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요. 실제 공장 현장에서 나오는 데이터죠. 이 데이터로 시뮬레이션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다음 고객들은 더 좋은 제품을 받게 돼요. 선순환 구조예요.
다섯째, 유럽에 모든 게 갖춰져 있어요. 제조업 기반, 로봇 연구 역량, 우수한 엔지니어링 인재가 다 있어요. 뮌헨, 취리히, 런던 등에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연구소들이 있어요. 공급망 네트워크도 탄탄하죠.
창업자 중 한 명은 소비자 전자제품 분야에서 1억 개 이상의 기기를 출시한 경험이 있대요. 제조와 공급망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에요. 이런 경험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서 엄청난 자산이에요.
지금 Sunrise가 하는 일은 첫 번째 작업 유형에 집중해서 완벽하게 만드는 거예요. PCB 테스팅 같은 특정 작업을 정말 잘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인접한 작업으로 확장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전자제품 조립 같은 작업이요.
Andreas가 강조한 게, Sunrise의 목표가 단순히 로봇 회사 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가 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요. 시장도 크고, 경쟁자도 별로 없고, 팀도 우수하고, 타이밍도 완벽하니까요.
유럽 관점에서도 이런 회사가 꼭 필요해요. 제조업이 무너지면 유럽 경제 전체가 흔들려요. 중국에서 자동화 장비를 수입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위험해요.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되니까요. Sunrise 같은 회사가 유럽에서 성공해야 유럽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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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우게 된 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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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시장도 세그먼트를 잘못 보면 기회를 놓침
제조업이라고 하면 모두가 대량 생산만 생각해요. 자동차 공장의 거대한 로봇 팔들이요. 하지만 실제로는 유럽 제조업의 절반 이상이 소량 다품종 생산이에요. 이건 완전히 다른 시장이고, 완전히 다른 솔루션이 필요해요. Sunrise는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이 거대한 시장을 정확하게 짚어냈어요. VC로서 우리도 산업을 볼 때 표면적인 트렌드만 보지 말고, 세그먼트를 더 세밀하게 나눠서 봐야 해요. 거대 시장 안에 숨겨진 블루오션이 있을 수 있거든요.
- 하드웨어 스타트업도 소프트웨어 경제학을 가질 수 있음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확장이 어렵다고 여겨졌어요. 물리적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재고를 관리해야 하고, 마진도 낮고요. 하지만 Sunrise는 하드웨어를 표준화하고 소프트웨어로 차별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어요. 로봇 자체는 똑같은데,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처럼요. 게다가 시뮬레이션 기반 훈련은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예요. 한 번 시뮬레이터를 만들면 무한대로 훈련을 돌릴 수 있으니까요. 이런 구조는 SaaS처럼 확장 가능하고, 마진도 높일 수 있어요.
-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만드는 투자 기회
1,000만 명의 제조업 인력 부족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에요. 이건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예요. 문제가 클수록 그걸 해결하는 솔루션의 가치도 커지거든요. 더 중요한 건, 이게 되돌릴 수 없는 트렌드라는 거예요. 젊은 세대가 갑자기 제조업 현장으로 몰려갈 리 없어요. 이민 정책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워요. 결국 자동화밖에 답이 없어요. 이런 구조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트렌드를 찾는 게 VC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 제조 경험이 있는 창업자의 가치
소비자 전자제품 1억 개를 출하한 경험이 있는 공동창업자가 있다는 건 엄청난 자산이에요. 하드웨어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더요. 이론적으로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실제로 대량 생산하고, 품질을 유지하고, 비용을 관리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Sunrise가 Apple처럼 위탁 생산 모델을 쓰는 것도, IKEA에서 Lego로 조립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도, 이런 경험에서 나온 통찰이에요. VC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팀의 제조 경험을 더 깊이 봐야 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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